박형택의 게임, 콘텐츠 그리고 투자
깊이에의 강요
28. Oct. 2024
<향수>, <좀머씨 이야기>로 유명한 “파트리크 쥐스킨트”의 단편 소설 중에 <깊이에의 강요>는 무척 인상 깊은 소설이다. 소설에서 주인공인 젊은 여성 화가는 자신의 전시회에서 한 평론가에게 ‘당신에게는 아직 깊이가 부족합니다.’라는 말을 듣는다. 이 말을 들은 화가는 부족한 깊이에 대해 집착하게 된다. 깊이에 집착하여 작품 활동을 하지 못한 화가는 깊이를 찾지 못하여 절망하고, 삶은 점점 피폐해진다. 삶이 점점 무너진 화가는 결국 좌절하여 자살을 한다. 그 화가를 자살로 몰고 간 평론가는 화가의 자살에 대해 평론을 쓰면서, ‘그녀의 작품에서는 깊이에의 강요를 느낄 수 있다’는 찬양과 아쉬움을 남긴다.
최근 광주에서 열린 ‘2024 글로벌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 연사로 참여했다. 이 컨퍼런스는 많은 개발자, 연사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다. 많은 개발자들이 생각해 보지 못한 다양한 게임 분석을 제시했고, 제작 노하우나 최신 마켓 데이터를 이야기하는 다른 연사의 주제 발표도 있었다. 그리고, 최근 주목받는 신작에 대한 평가도 다양하게 들을 수 있었다.
그 중 인상적인 것은 최근 주목받는 신작이나 과거 명작 게임에 대한 평가였다. ‘파이널 판타지’, ‘젤다의 전설’ 같은 오래된 명작 시리즈 게임에 대한 평가나 ‘엘든 링’, ‘라스트 오브 어스’ 같은 최근 몇 년 사이에 회자되는 게임에 대한 분석과 평가를 토론하면서 생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선이나 찾지 못했던 요소에 대한 장단점들이 이야기되었다. 그리고,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누구도 우리가 그런 게임을 앞으로 만들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국내 게임 산업의 환경은 세계 5위권의 산업 규모에 맞지 않게 규제 중심이다. 이런 국내 산업 환경 개선에 앞장서야 하는 게임 학계는 국내 게임 제작사가 깊이가 부족하다는 식의 평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번 컨퍼런스에서 봤을 때, 국내 개발자들이 그런 평가로 자살할 것 같지는 않다. 국내 게임 개발자는 깊이에의 강요는 받고 있지만, 좌절하지 않고, 답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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