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택의 게임, 콘텐츠 그리고 투자
게임 디자인에는 인문학이 필요하다.
30. Jul. 2024
게임의 구성 요소는 디자인과 그래픽과 프로그램, 사운드로 구분할 수 있다. 그중 디자인은 다른 요소와 달리 다양한 요소의 결합이다. 디자인은 디자이너가 게이머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담아야 하고, 게임의 주제를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요소는 특히 스토리와 연출에서 많이 드러난다. 그러나, 국내에서 제작된 많은 게임이 스토리를 플레이에 당위성을 부여하는 수준으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국내 게이머가 스토리에 관심이 없거나, 게임의 플레이에만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제작할 때 상대적으로 스토리에 신경이 덜 쓰이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많은 디자이너를 만나보고 확인한 것은, 상당수의 게임 디자이너가 게임에 주제 의식을 제대로 녹여낼 만큼 인문학적 소양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다.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못하는 것인 경우가 많은 것이다.
게임의 스토리도 다른 콘텐츠 분야처럼 문학적 속성을 가진다.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고, 메시지도 있어야 한다. 그리고, 게임의 플레이도 메시지를 잘 전달할 수 있도록 디자인되어야 한다. 이런 것은 디자이너가 인문학적 소양이 없다면 구현이 어렵다. 서양 문학을 이야기할 때 그 배경에는 기독교 문화와 그리스, 로마 문화로 대표되는 인본주의 문화가 있다. 서양 문화를 기반으로 하는 정통 판타지 배경의 게임을 디자인하면서 ‘구약성경’이나 ‘그리스, 로마 신화’에 대한 이해가 없다면, 제대로 된 메시지를 디자인하기 어렵다. 그러나 만나본 게임 디자이너 중에 구약과 그리스, 로마 신화를 정독한 디자이너는 절반도 되지 않았다. 동양 문학을 고려하면, ‘삼국지’, ‘초한지’, ‘사기’ 정도는 읽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판타지를 고려해서 ‘서유기’, ‘반지의 제왕’이나, 무협을 고려한 ‘소호강호’, ‘사조영웅전’, ‘신조협려’, ‘의천도룡기’ 정도를 추가해서 따져보면 그 숫자는 더 줄어든다. 게임 내 재화 관리를 위한 ‘경제학 개론’, 화면 연출을 위한 미장센이나 상징에 관한 책까지 이야기하면 읽어본 디자이너는 더욱 줄어든다.
개인적으로 ‘파이널 판타지’ 시리즈나, ‘워크래프트’, ‘테일즈 오브 데스트니 같은 스토리가 인상적인 많은 해외 고전 명작이 있었지만, 국내 게임에서 스토리가 인상적인 경우는 20년도 더 지난 ‘창세기전’ 시리즈나 ‘악튜러스’ 정도 외에는 잘 생각나지 않는다. 우리의 게임 산업은 콘텐츠 산업을 대표하는 산업 중 하나이고, 규모 면에서도 작지 않다. 게임의 제작 기술도 뒤지지 않는다. 산업의 위상이 높아진 만큼 이제 기술적 우수성이 아니라 질적 우수성을 이야기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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