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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명이 올 때를 기다린다.

by 박형택 2024. 7.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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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택의 게임, 콘텐츠 그리고 투자

천명이 올 때를 기다린다.

 

26. Jul. 2024

 

八九年間始欲衰(팔구년간시욕쇠) 8,9년에 기울기 시작하여

至十三年無孑遺(지십삼년무혈유) 13년에는 남은 것이 없구나.

到頭天命有所歸(도두천명유소귀) 마침내 천명이 갈 곳을 찾으니

泥中蟠龍向天飛(이중반룡향천비) 진흙 속에 서린 용이 승천하리라

 

나는 개인적인 칼럼을 연재하면서 이중반룡(泥中蟠龍)” 이라는 필명을 쓰고 있다. 이 필명을 쓰게 된 이유를 이야기하자면, 한참을 이야기할 수 있지만, 필명의 어원은 삼국지에서 가져온 것이다. 형주로 도망온 유비에게 수경선생 사마휘가 들려주는 노래가 위의 노래이다. 이 노래에서 유비를 빗대어 표현한 말이 이중반룡이고, 숨어있는 용이나 진흙 속에 웅크린 용 정도의 뜻이다. 다르게 표현하면 승천하지 못하고 때를 기다리는 이무기 정도 의미가 될 수도 있겠다.

 

그러나, 이 글에서 중요한 부분은 이중반룡이 아니라, 도두천명유소귀라는 구절이다. 천명이 갈 곳을 찾았다는 말은 용이 승천할 때가 되었다는 말이다. ”강한 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라는 영화의 유명한 대사는 때를 기다리는 사람이 승자가 된다는 의미이다.

 

최근 콘텐츠 업계는 투자 감소로 힘들어하고 있다. 콘텐츠 업계는 항상 힘들었지만, 최근 유독 더 힘들게 느껴지는 것은 정말 투자가 큰 폭으로 감소했고, 소수의 인기 콘텐츠가 수익을 독식하는 형태도 자주 나타나기 때문이다. 많은 회사가 춥고, 배고프다. 그러나 천명이 올 때까지 살아남아야 승천도 할 수 있다. 지난 십수 년간 PC패키지 게임이나 콘솔 게임을 제작하던 수많은 게임 회사가 힘들었지만, 최근 다시 부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모바일 게임 편중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면서, 현재의 모바일 게임이 과거 패키지 게임처럼 어려운 상황에 몰리고 있다. 코로나 이후 극장 관객이 줄어들고, 영화 단가도 올라가면서 소수의 영화가 관객을 독식하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많은 영화가 손익 분기도 어려워하고 있다.

 

그러나, 살아남으면 때는 온다. 수익을 중심으로 내실 있는 운영을 하라는 뻔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지만, 필요한 시기이다. 기회는 위기에서 온다는 뻔한 말도 사실이다. 지금은 버티는 것이 필요한 시절이다. 많은 콘텐츠 업체가 살아남아서 승천하는 모습을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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