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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 비용을 인정하는 용기

by 박형택 2024. 7.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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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택의 게임, 콘텐츠 그리고 투자

매몰 비용을 인정하는 용기

 

11. Jul. 2024

 

최근 기준 금리 인하에 대한 이야기가 오고 가면서, 이에 따른 증시가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주식이 재태크 방법으로 이야기되면서 예전보다는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아직은 투기적 성격으로 바라보는 사람도 많다. 투자와 관련한 조언 중에 대중에게 가장 유명한 말은 아마도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라는 말일 것이다. 이런 주식 투자 격언 중에 본전을 생각하지 말라는 이야기도 많이 하는 이야기이다. 본전을 생각하면 매매 원칙이 잘 지켜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주사위를 던질 때 앞에 나온 숫자가 이번에 던질 주사위의 확률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3번 연속 3이 나왔다고 해서 다음번에 3이 나올 확률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다. 마찬가지로 현재의 투자가 이전 투자의 결과를 반영하지 않는다. 본전에 대한 생각으로 하는 투자는 이전 투자의 결과를 반영한 투자가 되어 잘못된 의사 결정을 할 확률을 높인다. 이런 잘못된 의사 결정은 생각 이상으로 자주 일어난다.

 

많은 게임 제작사 대표가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문제가 있음에도 중단하지 못한다. 이미 들어간 제작비가 많아서 중단하지 못하는 것이다. 몇 년 전 친한 게임 제작사 대표에서 진행 중인 프로젝트에 문제가 많으니, 지금이라도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앞으로 투자될 재원을 고려하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한 적이 있었다. 물론 나의 조언은 수용되지 않았고, 프로젝트는 추가 제작에 투입된 비용까지 고스란히 손실이 되었다.

 

누구나 수억에서 수십억을 이미 사용한 프로젝트를 중간에 포기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본전을 생각해서는 안 된다. 프로젝트의 중단을 결정할 때 고려할 것은 앞으로 투입된 재원과 그에 따른 수익을 고려하여 판단해야 한다. 우리가 통상 매몰 비용이라고 부르는 회수할 수 없는 비용이 본전 본능을 자극할 때, 매몰 비용의 오류가 발생한다.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정에서 매몰 비용의 오류는 흔한 일이다. 또한 종합 예술적인 성격이 강한 콘텐츠일수록 부분적인 오류도 자주 생긴다. 이미 제작한 것이 아까워 폐기하지 못하고 불필요하게 끼워 넣어진 경우가 그런 경우이다. 어색한 장면, 과도한 연출, 불필요한 기능 등에서 이런 경우를 자주 발견되며, 이런 요소들은 사족이 되어 오히려 콘텐츠의 완성도를 망가트린다.

 

매몰 비용은 물론 아깝지만, 인정하고 포기하는 용기가 필요하다. 현명한 선택은 미래의 비용과 기대 이익에 있는 것이지, 과거의 비용에 있지 않다. 헤어진 옛 연인을 잊지 못하는 순애보는 영화에서는 로맨틱할 수 있어도, 현실에서는 대부분 찌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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