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택의 게임, 콘텐츠 그리고 투자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30. Jun. 2024
한 문화 평론가가 게임은 예술로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글을 쓴 것을 읽었다. 아직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기 어려운 환경이라는 것은 인정하지만, 그 글의 주장은 인정하기 어려웠다. 그 글의 논지는 문화는 예술적인 측면이 있어야 하지만, 게임에는 예술적인 측면이 없다고 단정했다. 게임의 그래픽은 단지 기술적인 것이고, 게임의 스토리는 문학적 의미가 없으며, 다양한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여러 요소를 수집하여 편집한 수준으로 예술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문화도 되지 못한다는 취지의 주장이다. 이런 주장은 게임을 예술로 평가할 수 있는가에 대한 중요한 논점을 제시한다는 것에 의미가 있지만, 평가 자체에는 동의가 어렵다.
먼저, 문화는 예술적인 측면이 있어야 하는가? 문화는 예술적인 측면만을 포함한 단순한 개념이 아니다. 문화는 사회적, 경제적, 기술적 요소 등이 포함된 폭넓은 개념이다. 우리가 ‘입시 문화’, ‘군대 문화’, ‘유교 문화’ 등의 다양한 용어를 사용하는 것은 예술적인 측면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 아니다. 문화는 예술을 포괄하는 개념이지 예술의 하위 개념이 아니다. 이는 문화의 정의를 너무 단순화한 주장이다. 게임은 사용자와 상호작용을 전제로 제작되는 독특한 매체로서 사회, 경제, 정치까지 다양한 요소를 반영할 수 있다. 게임을 이미 문화의 한 부분이다.
둘째, 게임의 그래픽을 단순한 기술로 평가하는 것도 동의할 수 없다. 게임 그래픽의 예술적 가치를 평가하는 일은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다고 예술적 가치를 부정하는 것에 동의할 수는 없다. 게임 그래픽을 제작하는 일은 기술력도 필요하지만, 시각적 매력과 창의성을 반영한 창작의 과정이다. 캐릭터의 개성을 반영한 이미지와 배경의 설정, 게임의 스토리와 전개를 고려한 시각적 분위기의 연출은 예술적 요소를 고려하지 않고 구현할 수 없는 것들이다. 많은 그래픽 아티스트가 얼마나 미장센을 고민하는지 안다면, 게임 그래픽이 단순한 기술이라는 이야기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셋째, 게임 스토리가 문학적 의미가 없다는 주장도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모든 게임이 뛰어난 스토리를 가진 것은 아니다. 그러나 많은 게임이 게이머에게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하여 많은 고민을 통해 제작된다. 게임의 스토리는 플레이의 동기를 부여하고, 몰입감을 높이며, 메시지를 통해 인간의 본질, 사회 문제, 철학적 질문까지도 깊이 있게 다룰 수 있고, 그런 게임들이 이미 존재한다. ‘Game of the year’를 수상한 ‘라스트 오브 어스’는 다수를 위하여 소수를 희생하는 것이 정당한지를 게이머에게 묻는다. ‘더 드래곤, 캔서’ 같은 게임에서는 시한부 삶을 살아가는 아이와 그 가족의 이야기를 체험하게 한다. ‘디트로이트: 비컴 휴먼’은 게이머에게 인간이라는 존재의 정의를 고민하게 한다. 이런 다양한 게임의 스토리에 문학적인 의미가 없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아직 게임이 예술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그러나, 게임은 많은 예술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는 종합 창작물이다. 앞으로 많은 연구자를 통하여 게임이 예술로 인정받는 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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