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택의 게임, 콘텐츠 그리고 투자
‘코드 네버’ 세대가 온다.
19. Apr. 2025
모르던 일은 아니지만, 미국 리서치 기관들이 케이블TV 이용자 감소에 대한 레포팅 결과를 보면 심각하다. 22년에 일명 ‘코드 커팅(Cord-Cutting)’이라고 부르는 케이블TV 해지 사용자가 증가하고 있어 미국 가구의 약 절반만 케이블TV를 이용하고 있다고 난리가 났지만, 불과 3년이 지난 지금 올해 연말 이용 가구의 비율은 25%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일명 ‘코드 네버(Cord-Never)’라고 불리는 케이블TV 가입 경험이 없는 세대이다. 신규 가입자가 없고, 기존 가입자가 이탈하면서, 코드 네버 세대가 방송의 주요 소비자가 되면, 전통적인 TV 방송은 대중 매체로서의 영향력을 잃을 것이다. 심지어 2030년 전에 미국 케이블TV가 사망할 것이라는 자극적인 보고서가 나오고 있다.
나는 10년이 넘도록 TV 없이 생활하고 있다. 그렇다고 넷플릭스 등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지도 않는다. 물론 직업의 특성상 약 20년 전에 IPTV를 이용했고, 다양한 스트리밍 서비스도 이용해 보았지만, 현재는 이용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생활에 큰 지장은 없다. 요즘 젠지(Z세대) 중 집에 케이블TV를 이용한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IPTV 등의 OTT도 드물다. 대부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이용하는 코드 네버 세대이다. 이미 젠지가 30대에 접어들었고, 그들은 곧 주요 소비 계층이 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코로나에서 벗어났지만, 코로나 이전 관객의 절반밖에 회복하지 못한 극장 박스오피스를 보면 느낄 수 있다. 이미 온라인 쇼핑의 규모가 오프라인 쇼핑을 넘어섰다. 온라인 쇼핑에서도 모바일 쇼핑이 7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본격적인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가 메인 시장에 등장한 것이고, 이 추세는 더욱 강화될 것이다. 이 세대는 당연히 기존 세대와 문화적 경험이 다르고, 소비의 경험이 다르다.
이런 문제는 다양한 콘텐츠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다. 최근 게임 1세대라고 불리는 선배들과 게임에 관한 이야기를 하다 보면 답답한 생각이 들 때가 많다. 1세대 선배들은 아무것도 없던 국내 게임 산업을 만들어온 역사로서 존중받을 인물들이다. 그러나 어떤 선배들은 아직 20년 전 밀레니얼 세대도 아닌 X세대가 시장에서 주목받던 시절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것은 지금처럼 채널이 다양해지고, 케이블 방송의 영향력이 사라지고 있는 지금 다시 시청률 50% 이상의 국민 드라마를 만들겠다고 말하는 수준의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는 게임만의 이야기도 아니다. 아직 영화 시장에도 20년 전 실미도 천만 영화 시기의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고, 뽀로로 등장 시기의 애니메이션 시장이나 펜으로 직접 그리던 시절의 출판 만화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있다.
코드 네버 세대들은 키보드 자판보다 모바일 키패드가 더 익숙한 세대이다. 그들은 X세대처럼 1개의 게임을 아껴가며 몇 개월씩 플레이해 본 경험이 거의 없고, 드라마 본방 사수를 위해 도로에 차들이 사라지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없다. 게임이 어려우면, 여러 가지 시도를 하는 것보다 온라인에서 공략 자료를 찾는 것이 더 익숙한 세대이고, 드라마를 보던 중 놓친 장면이 있으면 돌려 보거나, 필요하면 일시 정지를 했다가 다시 플레이하는 것이 익숙한 세대이다. 이미 “라면 먹고 갈래?”가 “넷플릭스 보고 갈래?”로 바뀐 지 오래되었다. 이제는 이 표현도 이미 구식이 되었다. 아마도 “라면 먹고 갈래?”가 무슨 의미인지도 모를 것이다. 라면 타령 같은 말은 이제 그만 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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