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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텐츠 제작자의 욕심, 리얼리티의 함정

by 박형택 2024. 8.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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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형택의 게임, 콘텐츠 그리고 투자
콘텐츠 제작자의 욕심, 리얼리티의 함정

07. Aug. 2024

나는 약 20년 정도 콘솔 게임 사용자 동호회 활동을 하고 있다. 처음 시작할 때 10대~20대 중심이었던 이 모임은 이제 30대~40대 아저씨들의 넋두리 모임으로 모임의 성격이 조금 변질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가끔 모여 맥주 한잔과 편하게 게임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무척 소중한 모임이다.

이 모임에서 이야기하던 중 영화 속 형사의 모습에 관한 이야기가 주제가 된 적이 있다. 지금까지 한국 영화에는 많은 형사의 모습이 등장했다. 오래된 영화로는 ‘투캅스’의 안성기, 박중훈 배우부터 최근 ‘범죄도시’의 마동석 배우까지 다양한 형사의 모습이 있다. 이 중 실제 형사의 모습에 가장 근접한 캐릭터는 어떤 캐릭터인가에 대한 이야기였다. 개인적인 생각은 2003년 ‘와일드카드’에서의 형사들의 모습이 가장 현실적이라고 생각했다. 많은 영화 이름이 등장했는데, 전경 출신의 멤버가 꼽은 영화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였다.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멤버는 그 영화에서 형사들이 너무 폭력배처럼 보여 과장된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 멤버는, 옆에서 지켜보면, 험한 사람들을 상대하다 보면 비슷해지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때 든 생각은 콘텐츠에서 리얼리티란 무엇일까? 하는 주제였다. 내가 영화의 리얼리즘이나 하이퍼리얼리즘 같은 것을 주절주절 설명하고, 평가할 능력은 되지 않지만, 콘텐츠를 제작하는 사람이 생각하는 리얼리티와 소비자의 리얼리티에는 차이가 있다.

얼마 전 게임에서 캐릭터가 소변을 보는 장면이 있는 경우를 봤다. 캐릭터도 사람이라면, 일정 시간 간격으로 소변을 보는 것이 필요할 수는 있다. 그러나, 우리가 게임을 하면서 캐릭터가 소변을 보는 장면까지 보고 싶은 것은 아니다. 리얼한 것이 리얼리티는 아니다.

다시 영화 이야기로 돌아가면, 실제처럼 제작한 것과 소비자가 실제처럼 느끼는 것은 다르다. 물론 감독의 의도가 현실 같은 형사를 보여주어 나타내고자 하는 의도가 있었다고 생각하지만, 관객이 현실보다 과장되었다고 받아들인다면, 영화 내에서의 작용은 과장된 캐릭터로서 작동하게 된다. 

게임에서도 재미 요소나 밸런스를 위하여 소비자가 수용 가능 범위로 조정된 현실감이 반영되어야 한다. 무기를 사용하면 내구도가 떨어진다는 설정은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게임이 될 수 있지만, 일정 시간 플레이하면, 캐릭터가 수면이 필요해서 8시간 정도 플레이가 불가능하도록 설정한 게임이 있다면, 이건 수용 가능한 리얼리티를 벗어난다. 2시간 마다 한번씩 캐릭터가 화장실을 찾아야 한다는 설정도 게임을 불편하게 할 뿐 현실적인 게임이라고 느끼기 힘들다. 

이런 과도한 현실 반영은 현실감이라는 함정에 빠진 제작자의 욕심일 뿐이다. 문학에 ‘시적 허용’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다른 콘텐츠들도 그 콘텐츠에 맞는 허용이 있다. ‘영화적 허용’. ‘게임적 허용’ 등 다양한 허용이 있을 수 있지만, 콘텐츠를 만드는 제작자들이 너무 현실감의 함정에 빠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미지 출처 : 한국영화정보 통합전산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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