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반룡의 게임애가 泥中蟠龍‘s Game愛歌
악수와 산성비
30. Mar. 2016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과 악수를 한다. 그러나 악수의 유래를 알면서 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원래 악수는 손에 칼을 들고 있지 않음을 보여줌으로써 상대를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의에서 출발했다.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의 독자는 산성비라는 말을 알고 있으며, 사용할 것이다. 그러나 자연에서 내리는 비가 대부분 산성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다만 자연에서 내리는 비는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약한 산성인 반면에 우리가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는 산성비는 그보다 강한 산성이다. 이처럼 우리는 가끔 원래의 의미를 잊어버리고, 결과만 알고 있는 일들을 종종 보게 된다.
그렇다면 게임에서는 어떨까? 가끔 게임 중에서도 원래의 목적성이 사라지고 결과물적인 외형만 남아있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최근 출시된 RPG 게임을 하다보면 필드에 대형 몬스터를 잡는 미션이 나오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플레이를 해보면 말 그대로 그냥 큰 몬스터를 잡는 것이 대부분인 게임이 많다. 대형 보스 몬스터라는 존재는 원래 작은 용량으로 게임을 개발하던 시절 용량을 줄이기 위해 화면에 한 부분에 신체 특정 부위만 나오는 거대하게 표현된 눈속임용 보스 몬스터인 경우가 많았다. 대부분 드래곤 스타일의 마디로 나뉘어진 몬스터가 대부분 이였다. 이런 대형 몬스터들은 별도의 애니메이션 동작을 그리지 않고, 마디의 위치값을 조금씩 움직여 이어 붙여서 마치 움직이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주었다. 이런 장치는 게임의 용량을 줄여주었고, 거대한 사이즈는 보스 몬스터를 표현하기에 좋아 계속 발전해 왔다. 하드웨어의 용량 문제가 해결 된 이후 대형 몬스터는 강함의 상징이었다. 특히 MMORPG 게임에서 대형 몬스터는 절대적으로 강한 존재여서 파티 플레이만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가나, 길드 등의 단체 협동이 필요한 어려운 미션이었다. 이런 미션은 게임 내 커뮤니티 활동과 협동 플레이를 유도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사용되었고, 대형 몬스터는 그 역할에 충실한 존재였다. 또한 싱글 플레이에서 대형 몬스터는 일정 수준의 시련과 결핍을 유저에게 주어 유저의 숙련도를 높이는 동기 부여의 수단이었다. 그래서 해당 스테이지에서 최고 수준으로 레벨업된 캐릭터를 가지고 플레이하더라도 정교한 컨트롤을 하지 않으면 넘을 수 없는 장벽같은 존재였으며, 더 높은 난이도의 스테이지를 플레이하기 위한 훈련같은 존재였다. 그러나 현재의 대형 몬스터는 언젠가부터 이런 기획적인 필요성에 대한 고민이나 고려는 사라지고, 비주얼 적인 거대함을 보여주는 존재로 전락하여 그냥 크고 화려한 존재로만 보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이런 대형 몬스터는 더 이상 유저에게 거다란 장벽도 아니며, 몇 시간 혹은 몇 일을 투자하여 클리어해야하는 대상도 아니다.
물론 크고 화려한 몬스터는 시각적으로 화려해 보이고 좋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정확한 기획적인 의도없이 비주얼만을 위한 대형 몬스터는 그냥 치장일 뿐이다. 요즘 게임에서 이런 치장적인 요소가 비단 대형 몬스터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돌고 돌아 대형 몬스터만의 이야기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필자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화려한 게임이 아닌 재미있는 게임을 기대한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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