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택의 게임, 콘텐츠 그리고 투자
망중립성은 지켜져야 한다.
19. May. 2024
최근 구글이 부담해야 하는 망 이용료가 국내 매출의 2%에 불과하다는 발표가 있었다. 망 이용료로 추정되는 금액은 약 2천억 원이고, 그 금액은 구글의 국내 추정 매출 약 10조 원의 2% 정도라는 내용이었다. 구글의 높은 매출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라는 한국방송학회 학술대회에서 발표된 주장이었고, 이는 곧 기사화되었다.
SK텔레콤의 2023년 매출은 약 17조 6천억이다. 영업이익은 약 1조 7천억이다. KT의 매출은 약 26조 3천억이고, 영업이익은 약 1조 6천억이다. LG유플러스의 매출은 약 14조 3천억이고, 영업이익은 약 1조이다. 국내 통신 3사의 매출은 약 58조에 영업이익이 4조가 넘는다. 위의 주장에 빗대어 말하면, 국내 인터넷 서비스 공급자는 매출의 0.4%에 불과한 금액을 위해 콘텐츠 사업자를 압박하고 있다.
망중립성의 사전적 의미는 “모든 네트워크 사업자와 정부들은 인터넷에 존재하는 모든 데이터를 동등하게 취급하고, 사용자, 내용, 플랫폼, 장비, 전송 방식에 따른 어떠한 차별도 하지 않아야 한다.”이다. 이런 망중립성은 비차별, 상호접속, 접근성 3가지 원칙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으로 이루어진다.
이런 망중립성에 대한 시장의 주장은 크게 2가지로 구분된다.
첫 번째 주장은 네트워크 망을 제공하는 통신 사업자의 주장이다. 통신 사업자는 네트워크를 사용하는 사업자마다 사용하는 데이터의 양이 차이가 있으니 더 많은 데이터를 이용하는 서비스를 운영하는 사업자가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주장한다. 또한 ‘제로레이팅’의 도입도 주장했다. 제로레이팅이란 특정 콘텐츠를 사용할 때 사업자가 이용자의 망 이용 요금을 부담하여, 이용자는 네트워크 이용 요금 없이 콘텐츠를 사용하게 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제로레이팅은 서비스 사업자도 더 많은 고객이 유입될 것이기 때문에 이익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매년 급증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네트워크 사업자의 많은 설비 투자를 요구하기 때문에 망중립성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두 번째 주장은 네트워크를 통해 서비스하는 서비스 사업자의 입장이다. 서비스 사업자는 네트워크는 공공재라고 주장한다. 네트워크는 사회 기반 시설인 인프라이므로 통신 사업자가 사유재산처럼 임의 통제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미 네트워크 가입자에게 이용료를 받으면서 서비스 사업자에게 별도의 요금을 부과하는 것은 이중 부과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망중립성의 폐지는 네트워크 사업자의 불공정 행위를 부추기고 결국 이용자에게 피해가 간다고 주장한다.
먼저, 네트워크가 공공재냐 사유재이냐의 문제를 먼저 살펴보자. 이 문제는 가장 우선 대체 가능성을 판단해야 한다. 이미 우리는 인터넷 없이 살기 어려운 세상에 왔다. 아이들 가정통신문도 인터넷으로 보내고, 은행 업무도 인터넷으로 하는 세상이다. 이제 인터넷 없이 현대 생활을 영유하는 것은 교통수단 없이 사는 것과 같다. 공공재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편의를 더욱 증진해야 한다. 고속도로 버스 전용차선제도나 서울 시내의 버스 전용차선 역시 그런 의미에서 옳은 것이라고 믿는다. 물론 수익성을 위해 하는 인터넷 서비스를 대중교통과 비교할 수 없으나, 많은 사람이 이용하니 더 비용을 지불하라 하는 것은 네트워크가 선택의 대상일 때 성립할 수 있다. 이미 네트워크 없이 살기 어려운 세상이 왔는데 대체제도 없는 네트워크의 사용 환경을 통신 사업자가 임의대로 조정한다는 것은 또 다른 네트워크 권력과 다름이 아니다. 더 요금을 내는 사람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은 요금을 적게 내는 사람을 차별하겠다고 하는 것의 다른 표현이다.
다음은 신규 네트워크에 투자할 재원이 필요하다는 주장과 제로레이팅을 통해 서비스 사업자가 더 비용을 부담하고 이용자의 요금을 줄여주면, 이용자가 늘어 서비스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에게 이익이 된다는 주장이다. 네트워크에 신규 투자할 재원이 필요하다면 그 재원은 누군가는 부담해야 한다. 그것이 이용자이든 서비스 사업자이든 누군가는 그 재원을 네트워크 사업자에게 제공해야 한다. 누군가는 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면 서로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야기는 성립할 수 없다. 서비스 사업자가 더 비용을 부담하려면 그것은 결국 고스란히 이용자의 서비스 이용 요금에 반영될 수밖에 없다. 그것은 결국 네트워크 사업자가 요금 인상을 할 수 없으니 서비스 사업자에게 부과한 이후 이용자에게 알아서 받으라고 요금 인상분을 떠넘기는 것이다. 이는 대기업이 하청업체에게 납품가 인하를 요구한 다음 부족한 수익은 그 밑의 하청업체에게 납품가 인하를 요구하여 보충하라고 이야기하는 갑질과 같다. 이 주장을 듣고 있으면, 조삼모사라는 사자성어가 생각난다. 지금 통신 사업자들은 이용자가 원숭이인지 사람인지 시험하고 있다.
통신사들은 주기적으로 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때마다 반대 여론이 강했고, 시간이 지나 여론이 조금 잠잠해지면 슬며시 다시 문제를 제기했다. 2018년 통신 사업자는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가 망중립성을 폐지한다는 결의를 하면서 국내도 폐지해야 한다는 여론을 조성했다. 망중립성을 위해 너무 큰 비용이 발생하고 있으며, 국내 통신 사업자들은 5G로 넘어가기 위한 투자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망중립성은 폐지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시도 국내 통신 사업자는 매년 수십조 원의 매출과 수조 원의 당기 순이익을 내고 있었으나, 신규 설비 투자를 ‘안’ 하는 이유를 망중립성 때문에 많은 트래픽이 발생하는 사업자에게 그에 따른 비용을 부가하지 못해서 투자를 ‘못’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런 통신 사업자의 주장은 2012년 mVoIP(mobile Voice over Internet Protocol, 모바일 인터넷전화)서비스가 도입될 때도 있었고, 3G 도입할 때도 있었으며, 4G 도입 때도 반복되었다. 그러나 그 기간 적자를 본 통신 사업자는 없었다.
2020년에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동영상 사용자가 늘어나고 통신의 품질이 떨어지는 이유가 그들에게 있다고 주장하였다. 더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더 쾌적한 환경을 제공받을 수 있는 권리가 침해되고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러나 통신망은 사회간접자본으로 공공재이다. 정부가 공공재를 특정 기업에 할당하고 일정 수준 이상의 수익을 보전해 주는 것은 통신망 이용을 통한 정보의 격차가 없도록 하기 위함이다. 더 높은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은, 낮은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에게 더 나쁜 환경을 제공한다는 것과 같다. 그러나, 망중립성의 기본은 접속에 대한 대가이지 사용에 대한 대가를 부가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야 중립성이 지켜진다. 2021년 바이든 행정부는 취임과 동시에 같은 해 2018년 트럼프 정부가 폐지한 망중립성 부활시켰다. 미국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독선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트럼프 행정부에서만 이루어진 망중립성 폐지는 공론화하면서 뒤이어 이어진 부활을 이야기하지 않는 이중성은 문제가 있다.
반대 여론이 나올 때마다 통신 사업자의 논리는 조금씩 바뀌면서 고도화되었고, 논란을 피해 가는 과정도 교묘해졌다. 2022년 새로운 주장은 애국심에 호소하며, 외국기업 ‘넷플릭스’를 앞세운 무임승차론이다. 일명 “넷플릭스 무임승차 방지법”은 그런 의미에서 훨씬 고도화된 교묘한 말장난이다. 이 법의 정확한 명칭은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통신사의 자율 과금 허가법”이어야 하며, 실제 우리에게 필요한 법은 “이동 통신사의 국내 콘텐츠 제공자에 대한 불공정한 과금 요구 방지법”이다. 인터넷망은 기본 취지부터 자유로운 이용을 통해 소수의 계층에게 독점된 정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것에 본질이 있다. 통신망은 대중교통과 같은 것이다. 통신 사업자는 이용자에게 월정액권을 팔고 있으며, 이를 통해 충분히 많은 수익을 내고 있다. 그런데도 더 많은 수익을 내기 위해 많은 이용자가 내리는 목적지를 대상으로 손님이 많아 버스가 혼잡하니 혼잡해지는 것에 대한 비용을 부가하는 것과 같다. 버스 혼잡에 대한 이용자의 불편이 크다면 그들의 많은 수익 금액으로 버스를 증편할 문제이다. 문제의 본질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만 목적지에 비용을 부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자체가 문제이다. 넷플릭스가 무임승차 하는 것이 아니라 통신 사업자가 국내 기업을 대상으로 부당한 요금을 부가하고 있다. 해외 기업에서만 못 받는 것이 아쉬운 통신 사업자의 억지를 지적해야 한다.
그런 연장선에서 이번 학술대회의 발표는 지속적인 통신사의 주장과 연계해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망중립성 훼손 시도의 연장이다. 망중립성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기 위하여 망 사용료, 망 이용료 등의 단어로 바꿔서 부르고 있지만, 결국 망중립성을 폐지해야 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식의 프레임 전환을 통해 이용자의 거부감을 줄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런 기사는 꼭 국내 콘텐츠 사업자인 네이버, 카카오는 부담하고 있지만, 해외 기업인 구글은 부담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표현하여 애국심도 자극한다. 학술대회라는 공간에서 학자가 연구 결과 발표라는 방식으로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는 주장을 하고, 기다렸다는 듯이 언론이 받아쓰는 행태는 너무나 반복되어 이제는 볼 때 짜증이 난다. 이런 일들은 4대강 사업에 당위성을 부여할 때도 있었고, 게임 중독법에 당위성을 부여할 때도 있었다.
언론은 가진 자에 대한 비판과 감시가 의무다. 국내에서는 통신 사업자는 가진 자이다. 대표로 앞에 서 있는 구글, 애플, 넷플릭스가 가진 자라고 해서, 그 뒤에 서 있는 많은 작은 콘텐츠 기업들이 통신사와 싸울 수는 없다. 그들이 해외 기업이라고 해서, 싸구려 애국주의로 프레임을 전환해서는 안 된다. 특히 언론이고, 기자라면 그래서는 안 된다. 국내 언론의 신뢰도가 해외 언론과 비교하여 최하위 수준인 것은 언론 스스로 반성해야 할 문제이다.
훼손된 망중립성은 복원이 어렵다. 망가진 생태계는 쉽게 복구되지 않는다. 오염된 바다가 쉽게 회복되지 않듯이, 사고 후 10년 이상 지난 후쿠시마 원전 부근은 아직도 사람이 살지 못하고, 40년이 다 되어가는 체르노빌 원전 부근에는 아직도 사람이 살지 않는다. 의료 분야를 민영화한 미국의 의료 현실이 어떤지 보여주는 “식코” 같은 다큐멘터리를 보면, 의료 민영화 이야기를 쉽게 할 수 없다. 이처럼 콘텐츠를 자유롭게 생산하고 유통하는 생태계는 한번 망가지면 쉽게 복원될 수 없고, 콘텐츠 생산 환경이 미국의 의료 현실처럼 되지 않는다고 쉽게 이야기할 수 없다.
『지방마저 직장인 점심값 1만원 '훌쩍'…"밥 사먹기 겁나요"...일반식당 평균 식권값 1만96원...'런치플레이션' 전국으로 확산...구내식당마저 4년새 2배 '껑충'』 이라는 기사와 『배달앱 피 튀기는 할인전쟁…수수료에 피 마르는 사장님...배민·쿠팡이츠 배달비 내렸지만...수수료 올려 자영업자에 떠넘겨...“2만원 팔면 3000원도 안 남는다”』라는 기사가 구글의 국내 매출 2%라는 발표를 소개한 기사와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망중립성이 훼손된 콘텐츠 산업의 미래를 추측하게 하는 기사이다. 비용이 발생하면 누군가는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원가가 오르면, 사업자는 원가의 상승을 이용자에게 전가한다. 유통 수수료가 오르면 판매가는 오를 것이다. 콘텐츠 산업도 마찬가지이다. 콘텐츠 제공 사업자는 결국 비용을 소비자에게 부담시킬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서비스를 포기할 것이다. 최근 트위치는 국내 서비스를 포기했고, 유튜브는 이용료를 올렸다. 편하게 이용료를 올려서 매출과 순이익은 늘이고 싶지만, 이용자에게 욕은 먹고 싶지 않은 배달앱이 수수료를 자영업자에게 전가하듯, 이용료를 쉽게 올릴 수 없는 통신사가 콘텐츠 제공 사업자에게 비용을 전가하는 것이다.
주파수는 한정된 공공재이다. 주파수를 할당받아 막대한 이익을 남기면서 사유재산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유지에 민자 고속도로 만들어서 막대한 이익을 얻으면서, 도로를 이용하는 사람들이 많은 관광지가 돈을 벌고 있으니, 관광지 이용자 수만큼 별도로 돈을 더 내라고 협박하는 수준의 이야기이다. 게다가 더 내지 않으면, 해당 관광지에 가는 사람들은 제한된 차선만 사용하게 해서 교통 체증을 유발하겠다고 공갈도 하고 있다. 더 비용을 부담하는 사람에게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은 별도의 차선은 프리미엄 요금 내는 사람의 전용차선을 만들어 주겠다고 말하는 것이며, 적은 요금을 내는 사람을 차별하겠다는 이야기이다. 이러한 주장은 통신환경이 생활의 필수품이 된 현대 사회에서 빈익빈 부익부를 더 부추기는 통신 사업자의 갑질이며, 우리가 망중립성을 지켜야 하는 이유이다.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매년 수조 원씩의 이익을 내면서 서비스 품질은 개선되지 않고, 수백억 원의 과징금을 내면서, 그 탓을 망중립성에 전가하고, 그걸 다시 해외 기업 탓으로 돌리면서 수익성만 높이려 드는 통신사의 작태에는 화가 난다. 이 문제를 방치하면 언젠가 소득 수준에 따라 자녀들이 들을 수 있는 인터넷 강의의 수준도 달라질 것이고, 이용하는 포털과 SNS까지 나눠질 것이다. 망중립성은 절대로 양보할 수 없는 문제이다. 망 이용료, 무임승차라는 터무니없는 이름으로 본질을 왜곡해서는 안 된다. 반대로 지금껏 통신 사업자가 독과점적 지휘를 남용하여, 상호접속고시라는 매우 불합리한 제도를 이용하여 국내 콘텐츠 제공자에게 부가한 망 사용료를 없애야 한다. 국내 콘텐츠 산업이 활성화되고, 국내 콘텐츠 사업자의 경쟁력이 강화되며, 국내 콘텐츠의 국위 선양이 늘어날 것이다. 통신 사업자가 그들의 독과점적 지위를 이용하여 지금까지 과하게 취해온 이익을 사회에 내놓을 때이다. 망 이용료는 망중립성 훼손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그것이 싫다면 망 사업자는 사업권을 반납하면 될 문제이고, 기업을 매각하면 될 문제이다. 매년 이용자에게 받은 이용료로 조 단위의 순이익을 내는 통신사이지만, 차라리 통신비를 올리면 받아들일 수 있다. 어차피 더 내야 하는 돈이라면, 스스로 결정해서 더 내고 싶다. 전가된 비용을 억지로 내고 싶지는 않다. 배달료를 보면서 내가 결정하는 것을 원하지, 비싼 음식값을 보면서 자영업자를 욕하고 싶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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