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투자한다.

박형택의 게임, 콘텐츠 그리고 투자

그래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투자한다.

 

24. Jul. 2024

 

나는 가끔 주니어 투자 심사역이나 초기 기업 창업자 등을 대상으로 벤처기업 투자 과정에 대해 강의한다. 투자를 검토할 때 심사역은 각자의 평가를 한다. 미래에 대한 가정을 평가하는 것이라 정답은 없다. 그러나, 강의에서 투자 의사 결정 과정 중 특히 강조하는 내용이 있다.

 

“그래서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투자한다.”

 

라는 표현이다. 벤처기업은 많은 위험 요소를 가지고 있다. 위험이 없는 투자는 존재하지 않지만, 벤처기업에 대한 투자는 특히 위험이 많다. “그래서 투자한다.”는 표현은 기업이 가지는 매력적인 요소에 집중하는 것이다. 이것이 투자의 포인트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매력적인 요소에 집중한 투자는 투자 이후 투자자가 매력을 강화하는 방향의 접근을 하게 되고, 기업에도 그것을 요구하게 된다. 또한 투자 심사 과정에서 위험 요소에 대한 검토가 부족해지고, 위험 요소에 대한 반대가 심해지면, 투자의 명분을 잃어, 투자를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기업의 강점을 강화하는 일은 창업자가 훨씬 더 많이 고민하고, 창업자가 더 많이 알고 있다.

 

“그럼에도 투자한다”가 되려면, 위험 요소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투자 과정에서도 위험 요소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해결 방안을 고민하게 되고, 창업자에게도 이 문제에 관한 해결 방안을 고민하게 만든다. 투자 이후에도 기업의 위험 요소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창업자와 소통하는 동기가 된다. 회사의 강점에 집중하면서, 상대적으로 위험 요소를 놓치기 쉬운 창업자의 시야를 넓혀주는 순기능도 하게 된다.

 

이는 창업자도 마찬가지다. 창업하는 과정은 많은 위험 요소가 함께하는 과정이다. 문제는 무조건 생긴다. 창업자가 문제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응하는지는 기업의 생존과 직결되는 문제이다. 창업자 중에는 문제가 있을 때, 회피하는 유형이 있고, 정면 돌파하는 유형이 있다. 투자자의 “그럼에도 투자한다.”는 의사 결정에는 창업자가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것이라는 신뢰를 기반으로 한다.

 

많은 창업자가 스마트하고 젠틀하다. 그러나, 스마트하고 젠틀하기만 한 창업자는 자신의 사고 안에서 논리적 해결 방법이 찾아지지 않으면, 문제를 우회할 방법을 찾거나, 해결 방법이 찾아질 때까지 문제를 덮어두고, 미루는 경우가 많다. 문제 해결에 있어서는 터프함이 있는 창업자가 적극적으로 해결 방법을 찾고, 문제 해결을 기다리지 않는다. 그래서, 정말 스마트하고 젠틀하지만, 터프함이 부족한 사람은 창업을 하기도 어렵다. 해결책이 명확하지 않은 많은 문제점이 보이기 때문에 창업을 포기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는 옆에서 관찰할 때 잘 보이지만, 내가 안에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창업할 때 생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스마트하고 젠틀한 창업자가 당황하고, 문제를 회피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그러니 창업을 준비하는 많은 예비 창업자는 문제 해결에 대한 터프함이 본인에게 있는지, 스스로 고민해 보기 바란다. 창업에는 스마트함과 젠틀함, 그리고 터프함도 함께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