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택의 게임, 콘텐츠 그리고 투자
2009년 5월의 그날을 나는 아직 잊지 못한다.
04. May. 2025
작년 12월 3일 우리는 21세기 대한민국 최악의 치팅 플레이를 경험했다. 우리 사회의 규칙을 수호해야 하는 GM(게임마스터, 대통령)이 NPC(Non Player Character, 경찰과 군대)를 동원하여 가장 상위 규칙인 헌법을 무시하고, 직접 치팅 플레이를 하면서 플레이어를 겁박하고, 사용자를 대표하는 커뮤니티 운영자들(국회위원)의 계정 접속을 차단하고, 해킹하여 규칙을 임의로 수정하려고 했다. 게다가 커뮤니티 운영자들이 운영에 협조를 안해서 해킹을 하려고 했다거나, 겁을 주려고 해킹하는 척만 했다는 말도 안되는 변명도 했다. 사용자들이 직접 나서 해킹 시도에 저항하고, 내부 시스템에 불합리한 명령에는 따르지 말라는 규칙이 다수의 NPC들에게 작동하여 최악의 사태는 막을 수 있었다. 이제 규칙을 위반한 GM은 자리에서 쫒겨났고, 정해진 규칙에 따라 사용자들이 새로운 GM을 뽑을 수 있게 되었다.
원래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구성원에 대한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형성되어 있다. 앞서 언급한 치팅 플레이는 이런 존중과 신뢰의 대상이 아니다. 우리 사회를 구성하는 중요한 시스템 중 하나가 법치주의다. 법치주의는 시스템이 잘 작동하도록 시스템에 대한 치팅이나 해킹에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며, 시스템은 예측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작동해야 신뢰를 받을 수 있다.
우리가 흔하게 하는 착각이 법치주의와 법률주의를 착각하는 것이다. 법치주의는 법으로 사회를 다스리는 것으로, 법으로 사회를 이롭게 하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다. 약자의 편에 서서 법의 도움 없이는 피해받을 수밖에 없는 사람을 구제하고, 강자가 함부로 권력을 휘둘러 사회를 어지럽히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하여 법을 사용하라는 의미이다. 법의 집행이 공정해야 하고, 평등해야 한다. 법률주의는 법의 조문을 문자로 해석하여 적용하라는 의미이다. 법의 내용이 불합리해도 그대로 따르고, 법의 해석은 문자의 해석에 어긋남이 없다면 법관 개인의 해석을 따르라는 의미이다.
우리 사회의 시스템은 앞서 언급한 것처럼 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존중은 상식에 기반하고 있고, 신뢰는 예측 가능성에 기반하고 있다. 어떤 국회의원은 6년째 1심 재판의 판결도 나오지 않고 있다. 어떤 국회의원은 6만 페이지가 넘는 사건 기록을 아무리 요약해서 읽고 검토했다고 하더라도 4일 만에 12인의 논의를 정리하고 결론을 냈다는 것은 상식적이지 않다. 12인의 합의라는 것은 토론과 논쟁을 전제로 하고 있으나, 2번의 회의로 1심과 2심의 판단이 다른 사건의 토론이 끝냈다는 것은, 합의 과정이 형식적이었다는 것의 반증이다. 예측 가능성의 범위를 벗어난 이번 판결은 그래서 신뢰할 수 없다.
상식과 신뢰를 잃은 시스템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시스템이다. 파면당한 전 대통령도, 전 대통령을 석방한 법원과 검찰도, 납득할 수 없는 판결을 대법원도 상식과 신뢰를 잃었으며, 치팅과 해킹에 동조했던 국무위원을 포함한 관료 조직도 상식적이지 않고, 신뢰할 수 없다. 우리 사회의 학벌 우월주의자들 중심의 시스템은 이제 대규모 업데이트가 필요하다. 업데이트를 해 줄 수 있는 새로운 지도자가 필요하다. 엄청난 반발과 모욕과 각종 치팅과 해킹이 새로운 지도자의 탄생을 막겠지만, 새로운 지도자를 열망하는 사람들이 그를 지킬 것이다.
나는 노무현 대통령을 잃었던 16년 전 2009년 5월의 그날을 아직 잊지 못한다.
'그 외의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케팅을 고민하는 스타트업 대표라면, 이것부터 고민해라. (0) | 2024.08.29 |
---|---|
스타트업 대표에게 쓴소리한 스타트업 전문 매체 대표의 딜레마 (0) | 2024.08.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