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형택의 게임, 콘텐츠 그리고 투자
마케팅을 고민하는 스타트업 대표라면, 이것부터 고민해라.
29. Aug. 2024
산업 혁명이후 생산 기술의 발달로 생산력이 증가하였고, 제화의 공급이 증가하였다. 생산자는 더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공급이 증가했고, 소비는 공급을 따라가지 못하여 제품은 남아돌았다.
이 때 등장한 것이 사회적 마모이다. 기존 제품의 소비는 물리적 마모, 즉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서 버리고, 새로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생산의 증가는 과잉 생산으로 이어졌고, 소비를 증가시킬 필요가 있었다. 사회적 마모는 제품의 기능에는 문제가 없으나, 사회적인 기능을 마모시키는 것이다. 옷은 시간이 지나면 촌스러운 것, 전자 제품은 시간이 지나면 구형이 되어 새 제품을 구매해야 헸다.
마케팅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제품의 구매 목적을 판매하는 것이다. 사회적 마모가 떠오르던 시절 마케팅은 사회적 마모를 정착시키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앞으로도 생산 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제품의 생산은 더욱 증가할 것이고, 소비는 더욱 부추겨질 것이다.
20세기 후반 사회적 마모를 넘어선 기술적 마모의 개념이 시도된 적이 있었다. 새로운 기술이 앞선 것이고, 이전 기술로 생산된 제품을 바꿔야 한다는 시도였다. 소비를 증가시키기 위한 이 접근은 실패하였다. 사회적 마모에 동의했던 대중이 기술적 차별성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았다. 트랜드, 유행, 새로움을 소비했던 대중은 더 좋은 기술을 소비하지는 않았다.
벤처 기업의 마케팅 계획은 종종 아직 물리적 마모의 개념이나 실패한 기술적 마모의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더 튼튼하고 오래 쓸 수 있는 제품을 생산한다고 강조하거나, 기술적으로 더 좋은 성능의 제품을 생산한다고 강조하는 형태의 마케팅 전략은 B2B 시장에서는 의미가 있으나, B2C 시장에서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렵다.
흑묘백묘론의 고양이처럼 검은 고양이와 하얀 고양이를 차이를 설명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쥐를 잡고 싶을 때는 쥐를 더 잘 잡는 고양이가 필요하고, 반려묘를 찾을 때는 매력적인 고양이가 더 중요하다. 더 좋은 스마트폰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고 싶은 스마트폰이 필요하다.
우리 제품이 더 좋은 기술이어서 혹은 더 튼튼해서 잘 팔릴 것이라고 강조하는 스타트업 대표들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에 몇 줄 남겨본다. 더 좋은 제품은 중요하지 않다. 사야 할 목적이 있는 제품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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