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반룡의 게임애가
泥中蟠龍의 Game愛歌
아! 컴투스
16. Oct. 2013
필자는 최근 부산 국제영화제를 다녀왔다. 물론 다양하고 좋은 영화들도 많았고, 좋아하는 왕년의 액션 스타인 “왕우”라는 배우와의 만남도 좋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영화제 기간 중이던 10월 4일 들은 충격적인 뉴스를 말하고자 영화제 이야기를 꺼낸 것이다. 그 뉴스는 10년 넘는 기간동안 모바일 게임 업계의 1, 2위를 다투던 두 회사가 합친다는 내용으로 바로 게임빌의 컴투스 인수 소식이였다.
이 두회사는 1998년, 2000년 각각 설립한 모바일 게임 1세대 회사들이었고, 경쟁자이자 동료같은 사이였다. 그러나, 필자가 본 글을 통해 이번 인수의 결과를 예측하거나 효과 등을 이야기하는 것은 무의미한 것 같다. 이미 많은 기사들이 나와있고, 별로 이야기하고 싶은 기분이 들지도 않는다.
필자는 2001년 모바일 게임 업계에 들어와 일을 시작했다. 그런 필자에게 두 회사는 롤모델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2001년 당시 휴대폰 환경은 흑백이였다. GVM이라는 게임 구동 환경을 주로 사용하던 당시에는 프로그램과 이미지 파일, 사운드 파일까지 합쳐서 64kb라는 워드 문서 하나 될까말까한 수준의 용량제한까지 있어 제작환경은 최악이였다. 게임의 용량을 줄이는 것이 최고의 기술이라는 말을 들을 정도였다. 게다가 초당 1~2 프레임 정도의 처리 속도는 애니메이션이나 디자인 수준을 논할 수 없을 지경이였다. 그러다 2002년 128kb까지 지원하는 컬러 제작환경이 나오면서 늘어난 용량을 컬러 이미지들이 차지하기 시작했다. 초당 4프레임의 제작이 가능한 환경이 되었을 때는 캐릭터의 움직임을 보며 감격했던 기억이 난다. 1mb가 넘는 용량의 게임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는 ‘1mb가 넘는 초거대작이 온다.’라는 광고문구를 사용했을 정도다. 불과 10년전 정도의 이야기임에도 지금의 스마트폰 게임의 용량이나 색감을 보면 격세지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필자가 이런 이야기를 구구절절 쓰는 것은 다른 이유보다 아쉬움 때문이다. 10년이 넘는 기간동안 컴투스를 보아왔고, 컴투스의 게임들이 출시될 때 마다 기대해왔으며, 게임의 버그를 찾았을 때는 메일을 고객센터에 보내 알려주기도 했다. 필자가 컴투스의 게임을 플레이한 시간은 아무리 적게 잡아도 2천 시간이 넘는 것 같다. 물론 회사의 주인이 바뀌더라도 컴투스가 당장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핵심 임원이 바뀐 컴투스는 예전과 같지는 않을 것이다. 필자가 화장실에 앉아서 했던 ‘폰고도리’, 이동하는 버스안에서 했던 ‘컴투스 프로야구’, 자기전에 누워서 했던 ‘붕어빵 타이쿤’을 만든 컴투스는 아닐 것이다. 마치 좋아하던 야구 선수의 은퇴소식을 접하는 팬처럼 필자의 마음은 아쉬움이 가득하다.
이미 정해진 사항을 바꿀만한 힘이 필자에게는 없다. 인수 과정도 계획에 맞춰 잘 진행될 것이다. 다만, 지금까지 많은 유저에게 재미와 감동을 주었던 컴투스가 역사속에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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