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반룡의 게임애가 泥中蟠龍의 Game愛歌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
15. Jan. 2015
작년 연말에 필자가 투자를 진행한 국산 극장용 애니메이션이 개봉을 했다.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겨냥한 아동용 애니메이션으로 시사회의 반응이 무척 좋아 흥행을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 애니메이션은 관객동원 3만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남기고 극장에서 사라졌다. 이 애니메이션은 국내 메이저 배급사가 투자, 배급을 진행한 작품으로 20만 정도의 성적을 기대했던 작품이었다. 이 작품의 흥행성적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가 있을 수 있겠으나, 필자가 생각하는 흥행 실패의 가장 큰 이유는 배급사의 무성의라고 생각한다.(물론, 배급사 입장에서는 다르게 생각할 수 도 있다.) 개봉하고 1주일도 안되어 상영하는 극장을 찾을 수 없고, 크리스마스와 연말을 겨냥한 작품인데 크리스마스에 개봉한 극장이 거의 없다는 것은 아무리 생각해도 배급사의 무성의라고 생각된다.
작년 국내 모바일 게임 업체 중 런칭 초기의 실적이 나쁘지 않았으나, 퍼블리싱 업체의 무성의(혹은 무능력?)로 손실을 본 많은 게임이 있었다. 특히 메이저 퍼블리셔를 믿고 퍼블리셔의 요구를 묵묵히 수행한 많은 업체들은 상실감을 넘어 배신감을 느겼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흔히 콘텐츠라고 말하는 많은 흥행 산업에서 유통 채널과 서비스 운영 데이터를 확보한 유통사의 파워는 절대적이다. 퍼블리셔를 믿고 따라왔던 제작사는 퍼블리셔가 무시하면 갈 곳이 없어진다.
영화나 애니메이션도 마찬가지이지만, 게임은 작게는 수억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까지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노력과 돈이 들어간 상품이다. 이런 상품이 유통 회사의 내부 사정에 의해서 무성의하게 버려진다면, 그 사이에는 어떤 신뢰도 생기지 않을 것이며, 어느 시점에서는 그런 회사에 자신의 상품을 들고 갈 회사도 없어질 것이다.
최근 땅콩 회항 사건으로 대한민국이 시끄러웠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이익을 좌우할 힘을 가진 사람이 상대의 이익 혹은 생존을 담보로 상대를 동등한 관계가 아닌 자신의 필요에 따라 사용하는 소모품 취급을 해서 발생하는 일명 “갑질”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조직과 산업의 차원으로 확대하면 위에서 언급한 배급사의 문제나 퍼블리셔의 문제와 다르지 않다. ‘갑’질은 ‘을’이 있을 때 가능한 것이다. 이대로 가면 해당 회사 혹은 개인은 자신이 ‘갑’질할 ‘을’을 모두 잃고 말 것이다.
최근 모 영화 배급사 대표님이 이야기하신 “우리 회사에 작품을 맡겨준 모든 제작사가 최소한 손해는 보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의 의미이다.”라는 말이 새삼 떠오른다. 국내 많은 콘텐츠 유통 회사들이 스스로 땅콩 회항 사건을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돌아보기를 바란다. 게임 퍼블리셔 중에서 또 다른 땅콩 회항 사건의 주인공이 없다는 보장은 아무도 하지 못한다. “화무십일홍” 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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