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반룡의 게임애가 泥中蟠龍‘s Game愛歌
게임 업계의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을 꿈꾸며...
02. Mar. 2016
이 글을 쓰는 2016년 3월 2일은 개인적으로는 무척 뜻깊은 날이다. 일반적으로는 학생들의 개학날이고, 신입생의 입학날이다. 봄의 초입인 3월의 시작이며, 개인적으로는 첫 조카가 세상에 태어난 날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올해 뜻깊은 이유는 오랫동안 명맥이 끊어졌던 국산 특촬물(특수촬영 드라마물)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의 첫 방영이 시작되었기 때문이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는 특촬물 하나 새로 나온 것이 무슨 특별한 날이냐고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필자는 기본적으로 특촬물을 좋아한다. 특히 가면라이더 시리즈를 좋아해서 최근 바빠지기 전까지는 매년 새로운 시리즈를 기다리며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물론 이번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이 뜻깊은 이유가 필자가 좋아하는 특촬물이 단순히 국내 제작물로 나왔다는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필자는 2008년 온라인에서 국산 특촬물이 새로 제작중이라는 홍보용 영상을 봤다. 그동안 국내에서 보지 못했던 기대되는 영상이였다. 국내에서도 일본 수준의 특촬물이 제작될 수 있다는 기대로 설레며 기다렸으나, 투자 유치가 실패하면서 프로젝트는 중단되었다. 그 프로젝트는 <시공전기:레이포스>였다. 이후 잊혀졌던 프로젝트가 시청자가 아닌 투자자인 필자에게 다시 나타났다. 그것이 이 글 첫머리에 이야기한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 이였다. 그 때 그 팀이 새로운 프로젝트로 투자를 유치하고 있었다. 필자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프로젝트에 대해서 설명을 들었고, 그때보다 훨씬 완성도 높은 기획과 꼼꼼한 준비 상태를 보여주어 좋은 프로젝트가 될 것을 직감했다. 그러나 회사 내부의 반응은 좋지 않았다. 국내 특촬물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낸 실적도 거의 없었고, 좋은 수익성을 보여준 적도 없었다. 삼국지라는 소재는 어린이들에게 너무 어렵다는 반대도 많았다. 70억이라는 투자금을 전부 유치할 수 있을지도 의문시되었고, 이전처럼 나머지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프로젝트가 중단될 위험성을 이야기하며 반대했다. 필자는 6개월 가까이 내부 투자심의위원들을 설득했다. 특촬물의 저작권이 가지는 다양한 부가판권과 완구 시장이 가지는 확장성을 설명했고, 제작팀이 가지는 능력을 설명하기 위해 과거 제작한 영상을 최근 일본 특촬물 영상과 비교하며 납득시키려 노력했다. 필자의 노력에 감복한(사실, 반대를 포기했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듯하다.) 심의위원들이 찬성해주면서 작년 5월 드디어 해당 프로젝트에 투자를 진행했다.
그 결과가 오늘 방영을 시작했다. 결과는 아직 모른다. 얼마만큼 반응이 좋을지도 미지수이다. 그러나 오랫기간 포기하지 않고 묵묵히 준비해온 <레전드 히어로 삼국전> 제작팀의 끈기와 노력은 결국 빛을 볼 것이라고 필자는 믿는다. 물론 이런 투자는 투자 심사담당자와의 궁합도 중요하다. 필자가 잘 모르는 분야였다면 이렇게 고생을 감수해가면서 투자를 진행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작년부터 많은 게임들이 제작비를 투자받지 못해 프로젝트가 중단되는 것을 보아왔다. 그러나 그 개발 노하우와 진행 과정의 결과물은 고스란히 그 팀에 남아 재산이 될 것이다. 그런 숨겨진 보물들이 다시금 세상의 빛을 보게될 날을 기대해 본다.